나의 악마에게
2024.03.31 23:57

이 편지가 당신에게 제대로 전해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모두 저를 미워했으니,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저라는 걸 알게 되면 이 글마저 온전치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니 부디 이것만은 불타지 않기를 기도하며 씁니다.

 나를 떠난 후 어떻게 지냈냐고 시작하면 너무 진부할까요.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할 일이 많지 않았던 저에게 편지 쓰는 일이 어색한 일이라는 걸 당신은 이해하겠죠? 최근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말씀드리자면, 요즘 저는 기분이 좋아요. 더할 나위 없이 말이에요... 우리가 헤어질 때 제 모습을 보았던 당신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처럼 마음이 상쾌하고 기뻤던 시간은 제 삶에 없었답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이 상상이 가니까,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조금만 더 적어볼게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사라지고 저는 매일같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그런 아픔을 느꼈어요. 영영 만날 수 없을 거란 당신의 말이 매일매일 저를 괴롭혔어요... 하지만 그런 괴로움의 시간을 지나 저는 깨달았어요. 당신이 틀렸다는 걸. 나는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저를 마녀라고 불러주었으니 저는 이제 진짜 마녀에 걸맞는 짓을 해볼까 해요. 당신이 언젠가 내게 말했었죠, 다른 사람에게 ◼◼받는 일 같은  뭐가 중요하냐고. 당신 말이 맞았어요. 당신이 아닌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그런 것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내가 사사로운 것에 매달렸던 덕에, 드디어 완성할 수 있었어요. 당신이 나를 ◼◼하게 만드는 법 말이에요... 사실 아직 조금 남았지만, 정말 완성하고 나면 제 육신은 불타서 사라지고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제 흔적 따위는 남지 않겠죠. 그런 건 이제 제게 사소한 문제니 상관 없어요. 아, 이 편지가 만약 멀쩡히 남아있을 수 있다면 이게 제 마지막 흔적이 되겠어요. 아무튼 나는 한시라도 빨리 당신에게 ◼◼받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이제 그것만이 나에게 남은 내 존재의 마지막 이유예요.

 아, 편지를 쓸 때는 편지를 쓰는 이유도 적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제 기억이 정확하겠죠? 쓰고 있는 지금도 자꾸만 기억이 흐릿해져서 망설이게 돼요. 제가 당신에게 잘 전달될지 알지도 못하는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이 글이 당신을 조금이라도 더 아프게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눈물 흘리는 동안 알게 된 것이 있어요. 그 시간 동안 제 머릿속에 있던 것은 오롯이 당신 뿐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만약 당신이 나로 인해 아프다면, 당신은 제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 당신은 죽지 못한다는 것을 저주로 여겼지만 저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어요. 평생 나만 생각하게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요? 당신도 기뻐하길 바라요, 그 저주 덕에 우리는 평생 함께일 테니까......

 이제 정말 머리가 엉망진창이라 더 못 쓰겠어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이 이후로 제가 당신에게 편지를 적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당신이 나를 그리워하는 이상, 나는 죽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내게 ◼◼하는 법을 가르쳐줬듯, 이제 내가 당신에게 진짜 ◼◼을 가르쳐줄 차례가 된 것 뿐이에요.
어서 만나고 싶어요.


영원히 유일할 당신의 ◼◼, ◼◼◼◼......